강남 마지막 남은 판자촌 '구룡마을' 토지주들 한숨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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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마지막 남은 판자촌 '구룡마을' 토지주들 한숨은 깊어만 간다
  • 안정은 기자
  • 승인 2022.01.15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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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최대 규모의 판자촌이자 강남의 마지막 남은 판자촌이 있습니다. 바로 ‘개포구룡마을’인데요. 강남구 주도로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토지주와 보상협의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리면서 토지주는 경제적으로 심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저희 채널e뉴스는 2년 전 서울 동남쪽 구룡산 자락에 위치한 구룡마을 개발을 놓고 서울시와 주민들 사이의 갈등을 취재해 보도해드렸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업추진에는 진척이 없고 오랫동안 사업이 답보상태에 접어들면서 급기야 토지주들은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시의 빠른 결단력과 처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구룡마을은 강남 개발이 한창이던 1980년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게임을 전후해 개포동에서 밀려난 주민들이 구룡산 북사면에 거주하면서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는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도로변의 무허가주택을 강제로 철거했고, 아무런 이주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의 무책임한 강제철거로 구룡마을은 집단마을로 확대됐습니다. 

실제로 기존 광화문쪽 마라톤코스를 강남의 마라톤코스로 바꾸면서 올림픽이 전 세계에 중계되니 대한민국 수치라면서, 강남구는 임시거주를 하도록 종용하면서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시멘트와 나무 등 건축자재를 제공하며 구룡마을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옛 신문기록으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2016년 공공이 주도하는 100% 수용 방식으로 마을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서울시가 사업실시계획 인가를 내고 보상절차에 들어갔지만, 토지주와 거주민과의 보상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원래라면 2020년 완료 예정이었던 구룡마을의 도시개발사업은 2023년까지 연기됐습니다.

토지주 대부분은 경제적 능력이 없는 80세 이상의 고령층입니다. 40~50년 동안 토지를 보유하면서 농사도 못 하고, 주택도 못 짓고, 매매도, 대출도, 증여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권리행사도 못 하고, 사실상 모든 행위가 제한돼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의료보험에 세금까지 많아서 납부하지 못해 국세청에 공매까지 되는 실정입니다.

토지주들은 오랫동안 개발사업이 해결되지 않아 경제적 모든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합니다.

[INT 이OO / 개포구룡마을 토지주]
“빨리 좀 살려달라고 SH와 서울시에 가서 사정을 하면 서로 자기 책임을 안 지려고 시에서 정책 결정을 해줘야 된다. SH가 시행사니까 기안을 해서 올려라. 우리는 어느 장단에 어떻게 해야 될지. 제발 좀 시장님, 우리 좀 살려주세요. 지주들 다 죽어가고 있어요. 그리고 다달이 다가오는 의료보험비니 세금이 도저히 감당을 못하고, 제발 이 땅 좀 가지고 가라고 불 질러 버렸으면 좋겠다고 죽어가면서도 이 땅을 부르짖고 있어요. 시장님, 좀 되돌아보셔서 뭔가 좀 살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들은 정치인이나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리더십을 발휘해 빠른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사업 진행을 조속히 정상화 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주택수를 늘리기 위해 방안을 강구하면서 이미 계획된 이 땅을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행정의 무책임이라며, 거주민의 애환과 토지주 불이익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 달라고 소리쳐 외치고 있습니다.

토지주들은 큰 것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공공·공익 전부 이해할 수 있고 그냥 최소한의 보상, 적어도 거주민, 관청, 토지주들 일방적이 아닌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토를 포함한 보상이면 된다고 말합니다. 

[INT 이OO / 개포구룡마을 토지주]
“이 땅을 빨리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저희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저희가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선에서 보상을 받기를 바라고요. 보상이 아니면 다른 방식, 대토라든지 다른 방식으로 불합리하지 않게 저희 지주들 마음을 좀 달래줄 수 있는 그런 정책이 나와서 우리가 좀 그걸 수용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토지주들은 토지보상이라고 지급한다는데 이해조차 되지 않는 2016년 기준을 들이밀며 얘기하고 있고, 지주들의 의견은 반영조차 되지 않은 채 그저 형식적인 절차만을 밟아 공공과 공익을 앞세워서 일방적으로 지주들에게 수용하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개포구룡마을 토지주들은 최초 도시개발구역지정이 된 2016년이 아닌 개발계획과 실시계획 변경인가가 된 2020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사업에 대한 보상평가를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토지 보상평가를 진행한다면 지난 4년간의 지가변동률, 실거래가, 개별공시지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INT 장OO / 개포구룡마을 토지주]
“지금 저희 지주들이 요구하는 건 딱 2가지인데요, 첫 번째는 지금 SH공사나 이런 데서는 자꾸 도시개발법을 근거로 해서 2016년도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보상가를 책정하겠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그건 그때 가격과 지금 가격은 비교할 바가 아니니까 서로 합의할 수 있는 그런 방안을 제시해주셨으면 좋겠고. 그 보상가가 시가만큼은 책정이 안 되겠죠. 그래서 거기에 대한 다른 대안이 떠오르는 게 대토 문제가 떠오르는데, 그것도 저희가 원하는 방향으로.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모든 국민이 지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수용할 수 있는 그런 방안을 좀 제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을에서 불과 1km 남짓 떨어진 곳에는 강남 최고의 부촌 ‘타워팰리스’가 기세등등하게 서 있어서 시대와 동떨어져 보이는 판자촌의 모습이 더욱더 애처로워 보입니다. 

강남 개발의 ‘빛과 그림자’.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현실에 구룡마을 주민과 토지주들의 한숨은 깊어져만 갑니다.

채널e뉴스 안정은입니다.

취재기자 : 안정은
영상편집 : 김다정
제보안내 : news@channe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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